그냥 찌루의 다음 이야기

산골아저씨 2010.03.15 16:58 조회 수 : 5006



게으름을 항상 몸에 달고 살아서 그런지

찌루 이야기를 쓰고 나서 한 참의 시간이 지났다.

그렇게 남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것인지

이제 모습만 기억에 담겨 있다.

아이들도 찌루를 보낸 이후의 상처에서 벗어난 것 같고...

상처가 아니라 삶을 배운 것이려나?

 

 

찌루와의 짧은 이별

(글을 시작했으니 마치는 것도 해야지 ,,,,짧게라도)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 가족이 된 찌루

얼마 같이 있지도 않았는데 헤어질 날이 오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집 근처에서 잊어버린 적은 몇 번 있었지만...금방 다시 찾았기에

 

그러다 큰 애가 아프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이 아파서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할 정도로

그러면서 가족들이 큰 애 병간호 등등으로 제대로 찌루를 돌볼 수가 없었다

식사를 주는 것도, 목욕을 시켜주는 것도,,,소홀한 날들이 하루 이틀...

애정이 덜해 졌다고 느꼈는지 찌루의 버릇도 점점 나빠져가고

여기 저기 긁어놓기도 하고,,잘 짖지 않던 애가 아무 때나 짖기도 하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다가 큰 애가 나을 때까지

시골집에 맞기기로 했다

 

몇번 데려가 보기도 했었는데,,,시골이라 마당에서 뛰어 놀 수도 있고

찌루도 시골 가면 잘 놀고 했던 모습이 생각이 나서 부담도 적고...

 

그렇게 잠깐 맞기기로 하고 찌루를 데리고 시골로 갔다.

아이들에게는 잠깐이면 다시 볼 수 있다고 설득하고...

그때 고민은 어르신들이 밥을 많이 먹여

뚱뚱이가 되면 어떻하나 하는 고민밖에 없었는데.....

(애완견 키우는 사람들은 살찌는 게 싫어서 사료위주로만 준다고 그러더라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헤깔린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다이어트 해야 하는 강아지는 행복할까? 하고)

 

그렇게 시골에 찌루를 남겨 두고 서울로 왔다

며칠 동안은 밤에 찌루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잠도 안왔다

새벽부터 일어나라고 머리맡에서 낑낑 거렸는데,,

그소리도 중독되었나 보다

애보다 내가 더 보고 싶으니,,,쩝,,,,

 

보름 정도 지나서 애도 많이 나은 것 같고,,,

노인분들에게 무작정 맡겨 놓을 수도 없고 해서

이제 데려와야 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골에서 전화가 왔다....

찌루가 죽었다고....한 동안 멍했다..슬픔,,미안함...모르겠다

동네 사람이 쥐를 잡는다고 놓아둔 쥐약을 먹은 것 같다고

매일 집안에만 있는게 아니라

동네를 쏘다니다 돌아와서 그러려니 했더니,,

어느날 집에 돌와왔는데 비실비실거리더니 쓰러졌다고.

.미안함 가득한 목소리가 전화기 넘어에서 들려온다.

노인분들에게 아쉬움도 있지만,,,,아무말도 못한다.

 

많이 힘들었으려나?

이제 태어난지 1년도 안되었는데...

아직 살아서 구경할 것도 많고,,,못 먹어본 것도 많을텐데..

살아있는게 힘들 정도로 나쁜 가족들은 아니었는데.......

다행이려나 ? 험한 모습으로 마지막을 남기지 않은 것만이라도...

모르겠다...

그렇게 짧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찌루가 예뻐서 누군가 데려간 것 같다고 했다

찌루가 예쁘니까 데려간 사람도 많이 귀여워 해주며 잘 키울 것이라고...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믿는 것처럼 하긴 했는데

그 이후 찌루에 대해서 우리 식구 누구도 얘기 하지 않는다...

아니 강아지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는다...

이제 강아지는 단순히 대화의 소재일 수가 없으니까

서로에게 슬픈 기억을 다시 하게 하기 싫어서...

 

지금도 시골에 가면 가끔 멍하니 찌루가 잠들어 있는 곳 어림을 쳐다본다

잘 자고 있는거지...찌루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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