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서울촌놈과 농사

산골아저씨 2008.06.25 16:39 조회 수 : 6250

내가 태어난 곳은 서울이라고 한다. 
청량리에 있는 모 병원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물론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주변분들(어머니 등등)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거다
(정신병원은 아닐꺼다. 거기 산부인과 있다는 얘기 들어본 적 없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살았다. 직장이 서울인지라....

그러다가 절묘하게 IMF를 맞이하여 대출을 받아 서울 근교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미치겠다...돈을 피해 다닌다.
덕분에 5년 가까이를 처음 서울 밖에서 살게 되었고
어떨결에 주변에 밭을 조금 얻었다. 생전 처음 농사를 하게 된 것이다.
20평 정도지만,,,그것도 힘들다 나한테는...

농작물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하다.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 그리고 고추, 감자, 토마토 등등
올해는 손이 덜가면서 크는 걸 볼 수 있는 것들...고구마와 고추 감자만 심었다...
다른 것들도 심고 싶은데, 재작년에 거처를 구해 서울로 와서 농장 경영에 전념할 수 없어서 그렇게만 했다.
보통 2주에 한 번 정도 내려가서 애기들이 잘 자라는지 보고 오는데....
다녀올 때마다 애들 자라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
이래서 사람들이 주말농장을 하나보다.
잡초 뽑고, 물 좀 주고, 나무그늘에서 담배 한대 피면서
주변 경치 구경하다 오는 거지만 생활속에 쌓인 스트레스가 다 사라져버리는 것 같다.

요즘 농사를 짓는(웃지들 마시라 나한테는 농사다)... 심정을 조금 알겠다.
그리고 배운 것도 많다.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 말고...
고구마는 줄기를 심고, 감자는 눈을 중심으로 조각내 심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왜 그래야 되는지는 모른다. 그래도 나름 우월감이 있다
얼마전 직장 동료가 전화하는 걸 듣게 되었는데,,,,고구마를 감자처럼 조각내서 심는다고
상대방을 가르키는 걸 듣고 속으로 뿌듯했다. 아무말도 안했지만~~~

무엇인가를 기른다는 것은 언제나 애정을 동반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 원하는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실망과 허전함,,,어떤 때는 배신감도 느낀다
특히 비바람에 다 쓰러졌을 때, 탄저병 걸린 고추 뽑아버릴 때 등등....
그렇지만 잘 자라는 모습 볼 때, 수확할 때는 그 즐거움은 또 새로움이 있다

고추는 몇 번을 탄저병,진딧물로 고생하다가 작년에 목초액이 좋다는 말을 듣고
목초액 구해서 뿌려주었더니 잘 자란다고 주변 농장주(^^)들이 부러워 하더라..기분 좋더라...
자세한 방법은 안적는다...궁금하면 인터넷 찾아보시면 된다.

예전에는 비가 오면 조용함 속의 빗소리와,,,몸에 부딪힐 때의 시원함때문에 좋았는데(지금 그래서 이마가 넓다)...
지금은 농작물이 잘 자랄거라는 생각에 비오는 소리가 더 좋아졌다...

언제까지 소꿉장난 같은 농장 경영을 계속할지 모르겠지만 ...
너무 먼거리라 그만 두어야지 하면서도 막상 주말이 되면 또 내 맘은 밭으로 가고 있다.
내년에도 하고 싶은데,,,,
(참, 난,임차농이다. 밭 사장께서 올해 임대료를 인상하셨다. 년 3만원에서 4만원으로....
 지대상승으로 경영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미친다. 밑지면서 파는 상인의 심정이 이런가)

무엇을 하든지 항상 배우는 게 있다.
나말고 다른 서울촌놈들도 농사라는 걸 권해보고 싶다.
 

자기 손으로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하면서

잘 자라는 것을 볼 때면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제대로 못자라는 모습을 볼 때면 내 정성의 부족함을 느끼면서

나에 대해서, 그리고 생명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물론 대부분 일상 속에서 배운 걸 다시 잊어버린다. 

그래서 매번 다시 가게 되는 것이겠지..

 

요즘은 찌루 때문에 일상이 바뀌고 있다.

찌루는........나중에 심심할 때 얘기하련다. 담배나 피러 가야겠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