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무정도 정이었다(찌루를 생각하며) 1.

산골아저씨 2009.05.01 11:07 조회 수 : 4610

 

살아온 시간과는 상관없이 세상사 한 걸음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찌루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마음이 바뀌었다.

이제 다시 시간이 지나 흐릿해져가는 기억을 남겨놓고 싶다.

찌루가 잊혀진다는 것이 미안해서 라면 말이 되려나?

나의 세상에 찌루가 있음을 나 자신에게 말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짧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찌루에게 말하고 싶은 것인지.

 

찌루는 강아지다. 이름 참 촌스럽다. 아동틱하다고 해야 하나.

당연하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큰 애가 지은 이름이니까,

찌루,,,,강아지다. 

1살도 채 못된, 이제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우리 가족 기억 속에서만 살아있는 강아지다.


작년 이맘때 쯤인가 (기억력이 좀 안좋다. 특히 날짜, 사람 등은 더 취약하다)

큰 애가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싶다고 했다.

난 동물이 싫다. 어렸을 때 집을 지키던 개가 가끔 생각이 나기는 하는데

너무 어렸을 때라 뚜렷한 느낌은 없다. 그냥 물컹거리는 느낌이 싫었을 뿐,,,,

 

그래서 큰 애가 키우고 싶다고 할 때 당연히 반대했다.

"강아지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게 더 쉽다.

아이야 크면 말이라도 하지만 강아지는 말도 못하는데 어떻게 키우려고 하냐...등등 "

계속해서 포기를 종용했는데, 나름대로 조건(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청소도 하고, 자기가 강아지 밥값도 대고, 목욕도 시키고 등등)을 말하면서 나를 설득시켰다.

물론 이런 약속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당연히.

또 친구가 키우고 있는데 지금 키울 형편이 안돼서 강아지가 갈 곳이 없다고 한다.

더 이상 반대하기도 그래서 다시 한번 조건을 확인시키고 강아지를 데려오라고 했다.


무슨 마음으로 허락했는지, 조금 더 강하게 안 된다고 했으면.....

며칠 후 저녁때 큰 애가 친구들을 데리고 왔다.

조그마한 강아지를 가슴에 품고, 이삿짐들과 함께...

강아지 이삿짐도 꽤 많았다.

생전 처음으로 동물을 키우는 입장이라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사료부터 시작해서, 샴푸, 치약(?), 볼일 보는 판 2개, 식사도구 등등...

아~ 집도 좁은데...


그렇게 찌루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참 찌루는 “시츄”라는 종이다.

그 전에야 구분도 못했지만, 이제 강아지를 보면 한 가지 종은 안다.

“찌루”종.....남들은 “시츄”라고 부르는.

시츄라는 종이 그렇지만 상당히 귀엽다.

애완견 중에서 가끔 저렇게 생긴 강아지가 어케 애완견이지 하는 생각이

드는 강아지도 있었는데...

“시츄”는 정말 애완견 답게 귀엽게 생겼다.

관심없던 둘째까지도 혹하게 만들었으니...특히 “찌루”는 눈이 예뻣다.

찌루와 같이 살면서 가끔 “찌루”눈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세상을 순수하게 살지 못해) 부끄럽고,

(찌루를 더 잘 보살펴 주지 못해) 미안하고 그랬다.


우리 가족 모두 강아지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큰애를 포함해서...

큰 애한테 강아지 이름을 물어보았더니,

“찌루”라고 했다. 자기가 지었단다.

무슨 뜻이냐고 했더니 일본말로 ???라고 했다. 잊어버렸다.

어차피 큰 애가 키운다고 했고, 귀엽긴 해도 워낙 동물을 싫어했기 때문에 잊은 거 같다.

다만, 내가 뒤치닥거리를 해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오지 않기많을 바랐을 뿐이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니까 기특한 면이 보인다.

볼일을 보는데 꼭 자기 자리 가서 본다. 아기보다 낫다. 

잘 짖지도 않는다. 윗층 개보다 낫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 있기는 했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동거에 익숙해졌다.

뭐~ 사람도 같이 살면 서로 양보하며 사는 거니까...

 

화장실 앞 닫힌 문앞에서 낑낑거리는 “찌루”보면서 저 *** 왜 그래?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볼일보고 싶어서 그랬던 거다.

아~ 내가 개만도 못한건가?

가끔 밤새 화장실 문앞, 현관 앞에 볼일을 봐서 혼을 내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볼일판을  한 곳에 나두지 않고 이리저리 옮겨서

“찌루”가 헤깔린거라고...쩝...

그렇게 하나하나 배우면서 나름 잘 살고 있는데,

어느날 “찌루”가 비실비실 거리기 시작했다.

뭐 내가 강아지에 대해 모르지만 그냥 있는 거랑

아파서 있는 거랑 틀리다는 감 정도는 나에게도 있다.

걱정이 되서 동물병원에 갔다

(아~ 이래서 어른들이 생명을 함부로 집에 들여놓는 게 아니라고 한건가?).

갈비가 목에 걸린 것 같다고 한다.

엑스레이 찍고, 약주고, 심하면 수술해야 한다고 겁준다. 별의별 생각이 다든다.

이 자식은 왜 우리 집에 와서....부터 시작해서, 사람 잘못만나서 개팔자가 ....등등

다행히 수술도 안하고 무사히 넘겼다(뼈가 걸려서 그런지는 확인 못했다. 아닌 듯~).

강아지는 의료보험 안된다는 것도 알았다. 병원비 비싸더라.


그 과정에서 찌루의 견생유전을 알았다.

의사분 말이 찌루의 주거가 자주 바뀌고, 주인도 바뀌고, 이름도 바뀌고

그러면 정서불안으로 인한 우울증(?)일 수도 있다고 했다.

원래 부르던 이름을 찾아주면 좋다고 했다.

그래서 전에 키우던 큰 애 친구네 전화했더니 그 애는 며칠 키우지도 않았다.

큰 애가 거짓말 했던거다. 원래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 전 주인을 찾았더니 학원차를 운전하는 분을 통해서 받았다고 한다.

어렵게 그 쪽을 통해서 연락했더니 그 분도 같은 교회 다니는 집사분한테서....

원 주인을 찾는 중에 비실거리는 찌루를 보니

갑자기 녀석(음,,정확히는 여자다)이 불쌍해진다.

6개월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벌써 몇 번이나 바뀐건가?

어렵게 어렵게 찾았다.

고등학생 정도의 남자애(전화통화만 했다)를 통해서 찌루의 이름을 찾았다.

그 이름도 지금은 잊었다.

이후에 찌루가 찌루라는 이름에 적응해서 그 전 이름으로 부르지를 않았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찌루가 안돼 보여 잘 대해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찌루는 돼지같은 강아지가 되었다. 엄청 먹였다....

녀석도 좋아라 받아 먹었다.... 그렇게 찌루는 우리 가족이 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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